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88)
관물편 - 나를 망치는 말 나를 망치는 말 밭에 오이를 심었는데 가뭄이 들어 말라 죽으려 했다. 물주는 것을 논의하던 사람이 말했다. “말라 죽으려 하는데 물을 주면 오이가 오히려 해를 입습니다. 차라리 잠깐 숨 좀 돌리고 비 오는 날을 기다림이 낫습니다.” 또 하루가 지나자 잎이 말라붙어 떨어졌다. 그제야 물을 주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많이 주어도 나아지질 않았다. 내가 말했다. “심각하구나, 인순의 폐해가!” 種瓜在田, 天旱將枯. 議灌之人曰: “將枯而灌, 瓜反受害, 寧不若姑息而待雨日.” 又一日, 葉瘁而隕. 於是始灌, 雖多無益也. 翁曰: “甚矣, 因循之害事也!” 이익, 『관물편』, 26칙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인 길가메쉬 전설에는 ‘수메르 사람들이 오이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한반도에도 삼국시대에 전파가 되어 재배된 것으로 ..
오주연문장전산고 - 수염 수염에 대해 살피다 나는 수염이 적은 데다 성질마저 옹졸하다. 그래서 자칭 수염 난 아낙네라고 했다. 괜히 수염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부러워져 이 글을 쓴다. 이규경은 수염이 듬성듬성 났던 모양이다. 그게 꽤 콤플렉스였던 듯. 수염 난 아낙네라는 자조적인 별명까지 붙였다.. 무릇 남자의 외모를 평가할 때 꼭 먼저 수염을 말한다. 아름다운 수염 말이다. 凡稱男子之儀表。必先言其鬚髥。曰美鬚髥。 요즘은 남자하면 어깨인가. 혹은 키. 수염이 잘 생기면 어깡이나 키 큰 모델처럼 사람들이 인정해준 듯 하다. 수염이 아름다원야 한다고 하는데 어떤 수염이 아름다운 수염인지는 모르겠다. 제왕의 경우는, 한 고조가 수염이 아름다웠다. 광 무제는 수염에다 눈썹도 아름다웠다. 주 문제도 수염이 아름다웠다. 이는 반드시 다른 사람..
오주연문장전산고 - 뇌수술 기록 동각(動覺)이라는 말이 종종 나온다. 무슨 뜻일까. 한자어 표기로만 보면 움직인다. 깨닫는다는 말인데. 인체와 관련지어 이해한다면 요즘 말로 인지 능력과 운동 능력을 말하는 것도 같다.. 16세기 유럽의 의학 지식과 당시 조선의 의학 지식이 뒤섞여 있어 독해가 쉽지 않다. 나중에 따로 스터디라도 해야 할판 그래도 나름 한의학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으로서 대충 뭔소리를 하는지는 알 것 같다. 나는 이걸 한의학의 삼위일체라고 부른다. 아무도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없으니 딴 데가서는 이렇게 부르면 안된다. 시작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의학에서는 정, 기, 신으로 인체의 생물학적 시스템을 구분한다. 우리가 뼈와 근육 지방 등의 물리적 성분에 따라 구분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더 직관적이..
오주연문장전산고 - 탕약망 탕약망은 요한 아담 샬 폰 벨의 중국이름이다. 로버트 할리의 한국 이름이 하일인 것과 마찬가지. 중국어로 탕 = 아담, 약망 = 요한이 발음이 비슷하단다. 사진 속의 탕 씨는 왠지 피로해보인다. 강시인줄. 탕 씨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선조에게 명 나라로 가는 길을 비키라며 한반도로 군사를 이끌고 들어온 1592년에서 1년 못 미치는 1591년 독일 쾰른에서 태어났다. 종교 개혁을 주도한 마틴 루터가 죽은 게 1546년이니 이미 종교개혁의 열풍이 한차례 휩쓸고 난 다음 태어난 것. 쾰른은 쾰시라는 맥주로 유명한 동네라는 데 처음 들어봄. 탕 씨는 예수회 소속 선교사였는데 예수회는 라틴어로 Societas Iesu. 영어로는 Society of Jesus. 우리 말로 예수회라고 번역된다. 다른 수도회와 차별..
오주연문장전산고 - 다리에 쥐가 나면 이명이 심하면 귀가 멀 수 있다는 건 경험에서 나온 말인 듯. 이명은 스트레스와 관계가 깊다고 한다. 이명을 점사의 일종으로도 보기도 했다는 데 아마 자시, 축시와 같이 시의 십이지지적 특성과 연관지어 해석했을 가능성이 많다. 예를 들어 사시에 이명이 나면 멀리서 안 좋은 소식이 들릴 수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적혀 있지 않다. 눈꺼풀이 떨리면 술을 얻어 먹게 된다는 얘긴 재밌다. 가끔 눈꺼풀이 떨리는 데 단지 마그네슘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고 알 고 있었는데.. 족마(足麻) 는 발에 쥐가나는 것을 말하는 듯 하다. 재미있는 것은 요즘도 쥐가 나면 침을 발라 코에 찍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나름 전통있는 쥐푸는 법이었던 셈. 실제론 효과 없는 거 알고 계시죠? 다리 족에 마비 마 ..
오주연문장전산고 - 딸꾹질 멈추는 법 이번엔 딸꾹질. 별걸 다 변증한다 싶기도 하다. 이규경에 따르면 딸국질은 뱃 속이 차서 그렇단다. 하품과 마찬가지로 의학 처방을 내리고 있다. 실제로 해보질 않았으니 효과가 있을진 모르겠다. 재미있는 건 그 다음 대목. 딸꾹질을 멈추는 비의학적 방법이다. 남의 음식을 훔쳐 먹었구나 하고 꾸짖기. 혓바닥에 글자를 쓰는 척 하기. 한 번 써먹어봐야 겠다. "화환삼재도회"는 1712년에 일본에서 나온 백과사전. 의사가 썼다고 하는데 황당무계한 내용도 많다고 한다. 이규경의 할아버지인 이덕무가 보던 책인 듯. [원문] 오주연문장전산고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정태현 (공역) ┃ 1982 [윤문] 알프 사람에게 흠(欠)ㆍ얼(噦) 등 제조(諸條)가 있는 데에 대한 변증설 방광(膀胱)ㆍ인후(咽喉)ㆍ족마(足麻)ㆍ결..
오주연문장전산고-친자확인법 ​원문이 긴 관계로 아래로 내린다. 전문적인 공부를 하려는 건 아니니까..그냥 심심풀이다. 한문 원문은 생략. ​ 일단 배경 설명을 좀 하자면, 과거에는 DNA 감정이라는 방법이 없으므로 시체의 신원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좀 기발한 생각을 해내었는데, 피를 시체의 뼈에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피가 뼈에 스며들면 혈연 관계 인정. 스며들지 않으면 아웃이다. 이것을 물방울 적, 떨어질 적자를 써서 적혈이라고 했다. 살아있는 사람끼리의 신원을 확인할 적에는 이 방법을 써먹을 수 없으므로 피와 피를 그릇 같은 것에 섞어서 합쳐지면 혈연, 분리되면 남남이라고 판정했는데 이것을 합혈이라고 했다. ​ 솔직히 뭥미 싶다. 이규경은 이게 아주 기막힌 방법이라고 생각했나보다. 뭐 DNA 감정도 못하고 혈액형이 뭔지도 모르는 ..
조용한 광기의 관찰 대리언 리더의 "광기"는 라캉주의 정신분석학자가 지금은 임상에서 거의 사라진 "조용한 광기"의 정체에 대해 고찰한다. 현대인의 정신병에 대한 고착된 이미지는 과장된 행동, 한 눈 에도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말투, 튀는 몰골 같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라캉과 그 선구자들이 발견, 관찰하여 기록으로 남기고 리더가 예증을 들어가며 논증하고 있는 사례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그러나 명백한 광기를 띈 정신병에 대한 이야기다. 라캉의 이론 혹은 가설은 현대의 정시느이학계에서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특히 그가 주창한 거울단계(아이가 특정 나이가 되면 거울을 통해 발견한 자신의 이미지를 통해 운동 기능을 획득한다고 하는 가설)에 대해서는 실험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오히려 ..
주역 둔괘의 해석- 괘사를 중심으로 주역은 64괘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첫번째가 건괘, 두번째가 곤괘로 모두 양, 모두 음을 뜻하는 괘다. 그리고 그에 이어 3번째로 등장하는 괘가 둔괘다. 둔은 주둔한다는 의미도 있고, 고대에는 창고라는 의미로도 쓰인 글자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주역에서는 혼돈(Chaos)로 해석한다. 성경의 창세기 1장 1절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였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In the beginning God created the heavens and the earth). 주역의 건괘와 곤괘에 해당한다. 하지만 땅이 텅 비고 형상이 없었다는 이야기가 뒤이어 나오는데, 이것이 둔괘의 상과 유사하다. 진화적으로 보면, 인간의 인지 능력이 언어의 도움을 받아 급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할 무렵, 인간은 주위의 환경을 다른 동물들과는 다..
전체를 보는 방법 A crude look at the Whole "전체를 보는 방법"을 읽으며 행동 패턴에 대한 유용한 분석 도구를 몇 가지 건졌다. 우선 상기 다이어그램은 책의 내용 일부를 마인드맵 형식으로 요약한 자료다. 인간의 행동 패턴은 복잡계적 현상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 그것이 환원주의적 분석으로 이해되는 범위를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는 저 장구한 생물학적 진화의 시간동안 서로를 관찰하면서 행동 패턴에 대한 정교한 대답을 만들어 왔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자신들에게 우리가 어떤 존재이며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는지 이야기를 하는 수다스런 존재들이다. 고전은 말한다. 무엇이 옳은 행동인가. "주역"을 해석하는 입장 두 가지 중 의리역은 바로 주역의 괘상을 인간행동 패턴의 규칙성, 한계성으로 설명하는 시도다. 인간의 대뇌가 좌우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