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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인컴 만들기/취미번역들

오주연문장전산고 - 수염

 

수염에 대해 살피다
나는 수염이 적은 데다 성질마저 옹졸하다. 그래서 자칭 수염 난 아낙네라고 했다. 괜히 수염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부러워져 이 글을 쓴다.


이규경은 수염이 듬성듬성 났던 모양이다. 그게 꽤 콤플렉스였던 듯. 수염 난 아낙네라는 자조적인 별명까지 붙였다..
 

무릇 남자의 외모를 평가할 때 꼭 먼저 수염을 말한다. 아름다운 수염 말이다.
凡稱男子之儀表。必先言其鬚髥。曰美鬚髥。

 

요즘은 남자하면 어깨인가. 혹은 키.

수염이 잘 생기면 어깡이나 키 큰 모델처럼 사람들이 인정해준 듯 하다. 수염이 아름다원야 한다고 하는데 어떤 수염이 아름다운 수염인지는 모르겠다.  

 

제왕의 경우는,
한 고조가 수염이 아름다웠다.
광 무제는 수염에다 눈썹도 아름다웠다.
주 문제도 수염이 아름다웠다.
이는 반드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름다움이란 안에 있는 것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한 것이다.
如帝王。則漢高美鬚髥。光武美鬚眉。周文帝美鬚髥。則必有異於人者。故稱美表出之也。


한고조는 유방. 너무 유명해서 언급할 필요도 없을 듯.
광무제는 후한의 광무제. 후한을 세운 황제다.
주문제는 누군지 모르겠다. 문왕을 말하는 것 같다.

공통점은 다들 왕 중에서도 왕. 쫌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라는 점.

아마 수염이 멋지면 사람의 인격이랄까 내면도 훌륭한 사람인갑다 하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규경이 속상할만 하다.

근데 생각해보면 요즘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송 나라 요관(姚寬)의 《요씨잔어(姚氏殘語)》에,
宋姚寬《姚氏殘語》。


요관이라는 사람은 서계총어(혹은 서계총화)라는 책으로 더 유명한 모양이다.

요씨잔어라는 책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당 문황의 수염은 길고 구불구불했다. 수염 끝에 활을 하나 걸 수 있을 정도였다.”
唐文皇虯髥。上可掛一弓。


당 문황이 누군지 모르겠다. 당나라 문종으로 일단 추측.

근데 당 문종은 환관들에게 농락당한 비운의 왕이었다고 한다. 그에 관한 다른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수염 얘기는 없다. 어쩌면 당 문종이 아닐 수도 있을 듯 하다.

수염이 엄청 길었다는 걸 강조한 걸 보니 일단 ‘길어야’ 인정해준 모양.
 

고 하였으니, 역대 제왕들의 수염 가운데 가장 특이한 것이다. 하지만 길고 구부러진 수염이 튼튼해봐야 어떻게 일개 수염에 활을 걸 수 있을까. 이것은 오바다.
則歷代帝王之鬚最異者。虯髥雖壯。豈有一莖之鬚。可掛一弓也哉。無乃過中之言歟。


어깨 넓은 사람을 태평양 어깨라고 부르는 것처럼 옛날에도 과장병이 있어서 활을 걸 수 있다느니 했는데 오바라고 비판하고 있다. 오바가 맞긴 하다.

이규경의 콤플렉스가 담긴 변증썰이라 좀 재미나게 번역하느라 '오바'라고 해봤다.


 

[원문번역] 오주연문장전산고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정태현 (공역) ┃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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