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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물편 - 남이 하면 다 쉬워 보이지 그렇지, 자네들에게 안 그런 땅이 어디 있겠나? 바닷가(안산, 이익이 살던 곳)에는 뽕나무가 없음을 두고, 사람들이 말하기를, 땅이 척박하고 벌레가 많아 그렇다 하였다. 내가 뽕나무 묘목을 몇 그루 갖다 심었다. 처음엔 잎을 따지 못하게 했고, 조금 자란 뒤에는 잎은 따되 가지를 자르지 못하게 했다. 다 자란 뒤에는 위를 향해 자란 가지는 자르되, 다른 가지는 자르지 않게 했고, 빽빽한 잎은 따되 가지를 흔들지는 못하게 했다. 곧게 선 줄기를 자르면 나무가 높이 자라지 못하고, 가지를 흔들어대면 줄기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나 말을 나무 줄기에 묶어 껍질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했고, 벌레의 알은 긁어내어 아예 씨를 말렸다. 그렇게 10여년이 지나 정원의 뽕나무가 숲을 이루었다. 사람들이..
관물편 - 장점을 보는 눈 더 나은 점을 취할 뿐이니 내가 감나무를 심었는데, 열매가 많은 쪽은 나무 줄기가 가늘었고, 열매가 드문 쪽은 나무 줄기가 굵직했다. 이후 둘 다 그늘을 너무 짙게 드리워서 하나를 없애려고 했는데, 줄기가 가는 쪽을 없애자니 열매가 많아 아깝고, 열매가 드문 쪽을 없애자니 줄기가 굵직하여 아까웠다. 내가 말했다. “둘 다 남겨 두거라. 부족함이 있다 해도 더 나은 점을 취할 뿐이니.” 翁種柿, 其實多者細, 實稀者大. 旣而同繁翳而將去一, 惡其細, 則惜其多, 惡其稀, 則惜其大. 翁曰: “兩留之. 雖有其短, 取長而已矣.” 이익, 『관물편』 51칙 장점을 발견하는 힘 개인적으로 이후의 삶이 크게 바뀐 계기가 된 사건이 대학 시절 수업에서 있었다. 당시의 나는, 주문한 돈까스의 양이 많으면 소스가 부족함을 걱정했..
관물편 - 좋기만 한 것은 없어 좋기만 한 일이 어디 있으랴 쥐가 창고에 쌓아놓은 곡식을 먹어 치우고, 쥐구멍 속에 살면서 수시로 나타나는데, 고양이가 이를 잡지 못했다. 그러다 족제비가 와 살기 시작하자, 쥐들이 바로 멀리 달아나 버렸다. 사람들이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라도 족제비가 닭장을 뚫고 들어와 닭을 잡아먹을까 두려워했다. 내가 말했다. “세상에 좋기만 한 일은 없는 법이다.” 鼠嚙藏穀, 穴居而時出, 猫不能去也. 黃鼠來居, 鼠則遠矣. 人以爲益, 但懼入塒而攫鷄. 翁曰: “物無全功矣.” 이익, 『관물편』, 67칙 나는 꽤 오래 전부터 점을 쳤다. 처음부터 남의 점을 봐준 건 아니지만 하도 오랫동안 그러고돌아다녔더니 차츰 경력(?)이 알려져, 주위의 지인이나 친구들의 상담을 해주기 시작했다. 이 친구랑은 3개월을 못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