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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의눈/사주명리, 타로, 주역, 관상

음양과 오행은 다른 개념이다

음양은 陰陽이라고 쓰고 영어로는 Yin and Yang이라고 한다. 오행은 五行이라고 쓰고 Five Elements로 흔히 표현한다. 유교문명에서는 음양오행이라고 붙여쓰는 경우가 흔하며, 하나의 관념적 성향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될 때가 많다. 그러나 이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음양은 짝수로, 즉 세상을 2로 쪼개어 보는 방법이다. 심플하고 고대로부터 내려져 오는 지혜다. 어느 문명권에서나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음양 이론의 적장자는 주역周易이다. 주역은 64괘(2*2*2*2*2*2)로 사물의 패턴을 직조한다. 이분법이다. 사상의학도 주역의 자손이다. (태양,태음,소양,소음은 주역에서 나오는 용어다, 큰 양 /작은 양/ 큰 음/ 작은 음). 현상 귀에 이를 지배하는 실체(substance)가 존재한다 같은 플라톤의 이데아 개념도 먼 친척뻘이다.

 

 

 

인간의 해부학적 구조가 좌뇌/우뇌로 이루어져 서로 다른 프로세스를 거치는 것과 유사하다.  현상학적으로는 낮과 밤(가장 아랫쪽에 있는 토대=거북이), 남자와 여자, 하늘과 땅의 구분도 여기 속한다. 남존여비男尊女卑같은 사상도 이것의 짝퉁이다. 이 표현은 여러가지로 들여다 볼만한 가치가 있는 말이다. 남자는 무게중심이 높고 여자는 무게중심이 낮다라는 해부학적 특성과도 일치하고, 통계적으로 남자의 키가 크고 여자의 키가 작다는 사실과도 부합한다. 남성성masculinity = 좋은 것, 여성성 =나쁜 것이라는 표면적 의미외에도 다양한 구조가 함유되어 있다.

 

 

 

존귀비천尊貴卑賤을 붙여서 읽으면 는 하나의 분야에 집중하고 몰두하여 성취를 이루어내는 것, 즉 자원의 집중화 원리는 일컫고(따라서 조선 시대에는 과거에 급제하고 학문에 몰두하여 성인이 되는것 같은 일, 현대에는 한 분야의 하이어라키의 탑을 찍는 일) 이란 이것저것에 자신의 자원을 분산투자하는 전략을 말한다.

 

 

 

융이 일찍이 남자는 완전함(perfection)을 추구하고 여자는 전체성(wholeness)를 추구한다고 했을때, 이런 남성/여성적 원리를 명시화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한 놈만 팬다(주유소 습격사건의 매사)"같은 말이 지극히 남성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오행은 세상을 5로 쪼갠다. 5도 소수prime number다. 홀수적 원리가 필요했다면 3도 있는데( 서양의 Trinity개념처럼) 왜 5일까. 이 점은 미스테리하다. 추측해보자면, 오행학의 발원지인 중국 대륙이 북반구에 위치한 점, 따라서 사계절의 순환이 몸으로 인지가능한 수준으로 뚜렷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춘하추동春夏秋冬의 흐름을 추상화한 개념(abstraction)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먼저 자연에 대한 관찰을 통해 시간의 흐름에도 변하지 않는 춘하추동의 패턴이 있음을 현상학적으로 깨닫고 이를 언어화한것이다.

 

춘 = 목

하 = 화

추 = 금

동 = 수

 

토는 각 계절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힘으로 상정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여름에서 가을로의 이동 즉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가장 멀어지기 시작하는 것과 같은 작용을 의미한다. 즉 하나의 패턴 속에서 운동의 방향성이 변화하는 계기를 土라고 칭한 것이다.

 

 

그래서 흔히, 사주로 성격을 말할때, 사주에 土가 많으면 사람이 좀 굼뜨고 이쪽인지 저쪽인지 분명치 않은 성격이다 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심리학에서 발전시킨 성격 모델인 Big5가 사람의 성격을 5가지 요소의 조합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만하다. 이는 5라는 것이 매우 임의적인 숫자로 보이지만(즉 우리가 그 이유를 아직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시스템 1 = 자동화된 오랜 무의식적 시스템의 작용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그것은 우리가 환경과 상호작용할 때(심리학의 경우 사람과) 발생하는 어떤 패턴의 양태(form)인 것이다.

 

 

 

음양은 가치판단의 성격이 강하다. 빈부귀천, 길흉화복 같은 개념과 가깝다.

오행은 양태를 묘사하고 설명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즉, 어떤 사람이 길하다고 할 만한 인생을 살았다, 근데 사주를 보니 목이 화를 잘 상생하는 모양이었다. 아 그래서 길했구나(음양적 판단)라고 말할 수 있다. 오행은 반드시 길흉을 포함하진 않는다. 수가 많으면 목이 물 위에 둥둥 떠 다니는 격이라(오행적 묘사) 불운하다(음양적 판단)고 하겠지만 수 나 목 자체가 길흉의 가치판단을 매길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봄,여름, 가을,겨울은 그냥 자연에서 일어나는, 정확하게는 비대칭의 공전축과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어 발생하는 온도 차에 따른 현상이다. 따라서 봄이 길하냐, 여름이 길하냐는 식으로 물을 수는 없다.

 

 

 

길흉은 관계에서 발생한다.

 

 

나에게는 길한 것이 상대에게는 흉이 되기도 하고, 상대에게는 길한 것이 나에게는 흉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사주명리는 이보다 더 발전된 추상화를 활용한다. 즉 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의 조합(combinations)에 근거해서 현상과 길흉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올해 경자년은 庚子 즉 하얀 쥐가 들끓는 해다. 子는 자시라는 시간대에 드러났듯이 하루중 가장 밤이 깊은 시간대, 겨울중 가장 추운 때, 사람이 가장 힘든 때, 세상에서 가장 마이크로한 물질, 바이러스 같은 의미가 담겨 있다. 음양으로 표현하면 가장 음한 것이 왕성한 때이다. 자와 결합에서 갑자의 물상을 드러내는 것은 갑자, 병자, 무자, 경자, 임자 이렇게 5가지 형태이다.

 

 

 

그중에 경자는 하늘의 庚이라는 글자가 子에 이르러 死地에 드는 모양이다. 즉 서쪽의 피해가 극심할 것이라는 물상이 드러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이 꽤 장기화될 것임을 암시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