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네구경/영어학원구경

쉐도잉(shadowing) 영어 학습법 2019 - 현재

영어 학습법에 대한 고민을 영어 학습자라면 누구나 한다. 학습 도중에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 방법이 맞는 걸까. 그래서 다른 학습법을 찾아보고 또 새롭게 시작하는 경험을, 아마도 오랜 세월 영어와 씨름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했을 듯 하다. 

 

 

나는 여기서 내가 발견한 개인적으로 거의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영어 학습법을 공개하려 한다. 그것은,

 

 

쉐도잉 + 블록 잉글리시 이다.

 

 

블록 잉글리시는 내가 만든 개념인데, 차차 설명하기로 하고, 오늘은 우선 쉐도잉에 대해서 설명해보겠다.

 

 

영어 공부를 조금 해본 사람들은 쉐도잉이 뭔지 알 것이다. 원어민의 발음을 듣고 한 박자 뒤에서 똑같이 발음을 따라하는 연습이다. 쉐도잉 연습법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집중이 잘된다 

   단어나 구문을 외우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경우에 잡념이 끼어들기 쉽다. 그러나 쉐도잉은 들으면서(Input) 입으로 발음을 흉내내고(Output) 문장의 의미까지 생각하는 방식으로 상당히 바쁘다. 처음에는 정신이 없을 정도다. 

 

 

2. 성취감이 크다

  초심자의 경우, 대개 서너문장 정도의 단위를 가지고 반복적으로 쉐도잉을 하는 것이 좋은데 이 문장을 수십번 이상 따라하고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발음과 억양, 강세가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처음의 연습을 녹음해서 비교해보면 더 확연하게 알 수 있다.

 

 

3. 자연 암기가 된다

  많은 문장을 쉐도잉하면 어색한 조합(do anyone, does I)의 어색함을 직관적으로 알게 된다. 뭔가 발음이 꼬이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쉐도잉의 대상으로는 대화체보다는 모노로그가 좋다. 대화체는 의식의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다. 내가 두 사람의 역할을 해야 되기 때문인데, 같이 연습할 상대가 있다면, 대화체도 나쁘진 않다. 예를 들어, 스터디를 한다고 하면, 마치 연극을 하듯이 드라마나 시트콤의 역할을 맡고 해당 대사를 쉐도잉 해서 같이 연습을 하는 방법도 좋다.

 

 

사람을 모으기 힘들고 혼자 해야 한다면, 1인칭으로 된 영어 소설을 추천한다. 너무 문학적인 소설 보다는(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은 비추) 평이하고 일상적인 말투로 쓰인 소설이 좋다. 그런 말투는 즉시 회화나 문장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활용도도 높고, 또 자신의 의식의 흐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는 지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한국어 학습자에게 특히 부족한 플루언시(Fluency)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뉴스는 초급 단계에서는 허들이 높게 느껴질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한다. 중급 정도 되면 뉴스를 들으면서도 편안히 좋은 표현도 귀에 들어오고, 아, 저걸 저런 식으로 말하는 구나 같은 감이 될 것이다. 그때 뉴스를 들으면 된다.

 

 

대체로 쉐도잉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뉴스로 물꼬를 트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아진다. 그걸 이겨내고 중급 단계로 올라선다면 분명 큰 진전이 있겠지만, 운동도 감당가능한 무게의 덤벨부터 드는 것이 좋은 것처럼, 쉐도잉도 적절한 수준에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효과를 본 영어 소설은 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들이었다. 뉴베리상을 수상한 작품들은 표현도 좋고 이야기도 재밌다. 더기버(The Giver)라든가 홀(Hole)같은 책들은 얇아서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한 권 전체를 끝낼 수도 있다.

 

 

연습순서의 샘플을 제시한다면 이렇다.

 

 

1. 오디오북을 통해 1차 통독을 한다 

   통상 오디오북은 6시간 정도다. 위에 예를 든 책은 더 짧을 수도 있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출퇴근 시간이나 짬날때 하루 30분 정도만 들으면 12일이면 책 한권을 읽게 된다. 이때는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찾아볼 필요는 없다. 소리에 익숙해지고 전체적인 흐름에 익숙해지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2. 두 번째 다시 들을 때는 쉐도잉을 한다. 다른 사람이 앞에 있고 그 사람에게 지금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느낌으로 하면 딱 좋다. 분절하지 않고 오디오북 전체를 쉐도잉 한다.

 

 

두 번째 단계까지만 마무리해도 발음과 억양, 많은 것이 달라진다. 두 번째 단계까지 끝내는 사람을 별로 못봤다. 들으면 어라, 간단한데, 쉽지만 그렇게 안된다. 왜냐면 사람은 쉽게 질리기 때문이다. 이미 한 번 들은 오디오북을 또 듣는 것을 힘들어한다. 그래서 애초에 오디오북을 고를 때, 정말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거나 나레이터의 목소리가 너무 마음에 들거나, 정말 궁금한 스토리 등 끌릴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을 골라야 한다.

 

 

어떤 사람은 매번 다른 오디오북을 듣거나 뉴스, 미드 등을 보면 안되냐고 물어보는데 효과가 떨어진다. 쉐도잉 학습법의 목적은 "반복"이기 때문이다.

 

 

같은 오디오북을 반복함으로써 거기에 나오는 표현의 비명시적인 언어적 표현(억양, 어조, 리듬, 감정 등)을 흡수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블록 잉글리시에서 상술하겠지만, 바로 "의미단위"를 궁극적으로 흡수하게 된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인의 영어가 어떻게 들리는지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하라고 하면, 상당수가 툭툭 끊겨서 말한다(choppy)고 답한다. 그것은 우리가 의미단위로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가 의미단위가 뭔지도 모르고 체화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단어를 아무리 많이 알아도 영어는 그런 식으로(그리고 한국어도) 조합되어 의미를 생성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나어 제친 구들만 났어" 라고 띄어서 발음하는 외국인이 있다고 하자. 그가 아무리 많은 한국어 단어를 알고 있다고 해도 듣기가 괴롭다. I am not who you think I am, I am who I think you think I am. 이런 문장이 있다. 나는 너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는 너가 나를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라고 짐작하는 그럼 사람이다, 라는 뜻인데, 한국어로 풀어놓으면 좀 지저분해진다.  

 

 

의미단위를 구분하면 이런 식이 된다. 

 

 

I am not who you think I am, I am who I think you think I am.

 

 

 

저것은 표현을 그떄그떄 만들어낸다기보다는 마치 하나의 단위나 단어처럼 움직인다. 

 

 

 

whre do you think we're at?(우리가 어떤 상황이라고 너는 생각해?) 같은 표현도 마찬가지다. 

 

 

 

우리 지금 어떻게 된 상황이야? where we're at? 가 의미단위이며, do you think 도 의미단위다. 그 의미단위를 마치 블록을 결합하듯 위치를 바꿔가며 "의미를 만들어낸다". 이 조합 방식이 익숙해져야 영어가 살갑게 다가온다.  

 

 

그래서 쉐도잉(훈련)과 블록 잉글리시(이해)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