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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의눈/셜록홈즈되기

3 배치를 보는 눈

3.1 생각하고 그 생각의 과정을 구체적인 문장의 형태로 옮기는 일을 좋아한다.

    생각의 대상은 그때그때 다르다. 사람일 때도 신문에 난 사건일 때도 있다. 물론 대상에 따라 생각의 경로도 달라진다.

 

 

3.2  처음 자신 만의 프로파일링을 구상했을 때에는 사물에 대한 지식에 초점을 뒀다. 하지만 이내 그것이 상당히 요원함을 깨달았다. 홈즈가 활약하던 시대와 달리 대상에 관한 지식은 무한에 가까워졌다.

 

 

   게다가 또 하나의 계기가 있었다. 얼마전 본 티비 프로 덕분. 그때 순간 깨달았다. 사물에 대한 지식, 지식에 대한 지식 모두 중요하겠지만, 중요한 지점에서 생각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지식에 대한 지식'이라는 점을.

 

 

3.3 내가 말하는 지식에 대한 지식은 예를 들자면 "책상의 배치"와 비슷한 것이다.

 

 

     여기 책상이 하나 있다고 치자. 당신은 책상의 주인을 모른다. 어쩌면 아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의 이름이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그저 책상을 보고 있을 뿐이다. 책상 위에 드러난 사물 가운데에는 당신이 그 이름을 모르는 것도 많다. 과거의 구상대로라면 나는 책상 위의 모든 사물에 대한 지식을 머릿 속에 담고 있거나 찾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프로파일링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한데다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3.4 단지 기존에 아는 것 만으로도 추리를 진행시킬 수 있다. 게다가 이건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책상에 여러 종류의 색연필이 있다라고 한다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일단 생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경우 가상의 보통 사람이 설정되어야 하는데, 이 보통 사람의 기준에 대해 폭넓게 알고 있는 편이 추론에는 유리하다(무엇을 먹고 입는지 어떤 티비프로그램을 보고 어떤 종류의 영화를 보는지 따위의..) . 여기에는 별도의 전문 적인 공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반적인 생활방식을 공유할 수록 이런 종류의 정보를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전문적으로 그리는지 혹은 취미로 그리는 지는 알 수 없다. 적어도 이 단계에서는 그렇다. 어쩌면 다른 단서들을 통해 추가적인 추론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지식에 대한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 색연필이 어디에 놓여 있는가하는 점이다.

 

 

     만약 볼펜꽂이에서 따로 나와 책상 위, 앉았을 때 손에 바로 잡히는 위치에 놓여 있다면 이 사람은 색연필을 방금 사용했거나 자주 사용한다라고 좀더 과감한 추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색연필의 길이가 짧다면(많이 사용했다는 의미이므로) 그런 추론의 "방향"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3.5 그러나 반대증거도 살펴봐야 한다. 색연필 뿐만 아니라 몽당 연필이나 헤진 방석 등의 검소한 생활방식을 가리키는 단서들이 등장한다면 색연필의 길이는 색연필을 자주 사용하기도 하지만 주인의 검소함때문일 수도 있다는 식으로 추정을 덧붙일 수 있다.

 

     새로운 방향이 만들어진다.

 

 

     프로파일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추론의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