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융합의눈/셜록홈즈되기

2 추리학의 1원칙 - 이야기를 써내려가라

2.1 일상에 대한 가추법적 이해는 어디에서 시작되어야 할까. 우리는 여러 갈래의 복잡다단한 테코놀로지와 방법론 사이에서 하나의 크고 넓은 대로를 닦는 일에 착수할 것이다. 그것은 소설이다.

 

 

2.1.1 추리학의 기초가 되는 훈련으로 소설을 선택한 것은 의외일지도 모르나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탐정의 대명사 셜록 홈즈 그 자신이 이미 소설 속의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그 외에 수많은 탐정들이 모두 소설 속 인물이다.

 

 

2.1.2 소설을 읽는다. 그것은 이야기를 읽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여자가 지나가는데 삼겹살 냄새가 강하게 난다. 그럼 어떤 추론이 가능할까. 회식을 했을 수 있겠다. 시간대가 저녁이고 여성의 얼굴이 불그스레하게 취기가 올랐다면 더욱 그럴 듯한 추론이 될 것이다. 그녀를 만난 곳이 종로 부근이라면 회사가 이 부근인가? 하고 추론 할 수도 있다. 여성의 옷차림을 보고 직장을 알아낼 수도 있다. 화려한 악세서리, 매니큐어, 헤어가 눈에 띈다면 그런 외모에 그닥 제약이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직장군에 속할 것이다.

 

 

2.1.3 셜록 홈즈가 말한 바와 같이 이런 이야기를 읽는 능력에는 관찰 뿐 만 아니라 가추법적 지식체계가 필요하다. 흔히 관찰만을 강조하는 우를 범할 수 있는데, ‘무엇을 관찰해야 좋을지 알 수 없다면 뚫어지게 관찰한들 결국 아무것도 알 수 없다.

 

 

2.1.4 그러나 단순한 정보의 나열은 추리학의 기법을 수립하는 1차 자료는 될 지 언정 기법 그 자체는 될 수 없다. 독극물학에 대한 방대한 홈즈의 지식은 이전에도 백과사전의 형태로 오늘날에는 웹의 형태로 존재한다. 그와 같은 지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써내는 것”. 이것이 추리학의 제1원칙이다.

 

 

2.2. 추리학의 제1원칙에 따라 우리는 주변의 일상을 허투로 지나가선 안 된다. 퇴근길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렀다. 당신은 식당 주인이 술을 좋아하는지 바람을 피우고 있는지 취미가 등산인지 그런 것들을 알아낼 수 있을까? 물론 그래야 한다. 그 정도도 못해서야 탐정이랄 수도 없다. 당신이 우선 봐야 할 것은 외모다.

 

 

2.2.1 외모. 그것은 실로 많은 것을 알려준다.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그리고 보이는 것은 결국 외적인 형상이다. 우리는 드러난 것으로 내면을 추측할 뿐이다. 그리고 그 추측은 정확해야 한다. 외모라 함은 얼굴 생김새, 헤어 스타일, 패션 등 모든 것을 포괄한다.

 

 

2.2.2 우선 얼굴 생김새의 경우, 우리는 골상학 등을 거론 할 필요가 없다. 우생학에서 파생된 골상학을 적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다만, 조용현 교수에 의해 잘 정리되어 있는 얼굴학을 통해 그 사람의 출신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2.2.2.1 북방계와 남방계. 얼굴은 크게 북방계와 남방계로 분류되는데, 북방계의 경우, 추운 기후에 적응해 살아남은 유전자 형태가 주를 이루어, 눈이 작고, 눈꺼풀이 두툼하며 쌍꺼풀이 없다. 얼굴이 길고 좁으며, 콧대가 높고 코가 길다. 입은 작은 편이며 턱도 작은 편이다. 체형은 팔다리가 길고 몸통이 작은 이들이 많다. 머리는 직모, 귀지가 없는 편이며, 피부색이 하얀 편이다. 

 

 

남방계는 반대로 눈이 크고 쌍꺼풀이 있으며 얼굴이 동그스름하고 콧대가 낮다. 입이 크고 턱도 크며, 체형은 팔다리가 짧고 몸통이 큰 편이 많다. 곱슬머리가 많고 귀지가 건조하지 않고 물기가 많으며 피부색은 검다. 크게 이 2가지 형태가 외모를 판별하는 기준이 된다. 

 

 

남방계는 주로 해안가와 한반도 남부(경상도 전라도)에서 많이 발견되며, 북방계는 주로 내륙과 한반도 북부에 분포한다. 물론 이 두 가지 형태가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며 남방계적 특성과 북방계적 특성이 어느 정도 섞여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특징들을 근거로 상대방이 어디 출신인지 혹은 그들의 부모가 어디 출신인지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2.2.2.2 우리가 진행하는 탑정학 기법 연구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초안에 해당하며 각론에 대한 상세한 주석 및 설명은 차후 이어질 것이다.

 

 

2.2.3 패션. 패션에도 포인트가 있다. 특히 시계나 반지는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따라서 탐정은 각종 시계의 브랜드 종류와 진위여부, 보석의 가치 등에 대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사는 곳은 허름한데 고가의 반지를 끼고 있다면 뭔가 이상하지 않나? 사는 곳은 으리으리한데 싸구려 가짜 다이아 반지를 끼고 있다면? 시계는 내면의 허영심의 반영일 수도 재정의 풍족함을 나타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냐 하는 것은 속단할 문제가 아니며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당신이 누군가를 만나고도 그 사람이 시계를 찼었던가? 반지를 꼈었던가? 헷갈린 다면 탐정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얼굴의 지역 특색과 마찬가지로 당신이 지나치는 사람들, 혹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외적 특징들은 선명하게 찍힌 스냅샷처럼 기억에 또렷이 남아야 한다. 다른 건 부차적인 정보에 불과하다.

 

 

2.2.4 옷차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브랜드의 판별은 중요하다. 브랜드를 통해 얼마 정도 금액의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재정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의복비는 기초 소비재로 경기 둔화에도 선택적 소비재에 비해 감소 추세가 그리 크지 않다. 쉽게 말해 돈 없어도 옷은 입고 다닌다는 뜻이다.

 

 

2012년 현재 소득대비 의복비 지출 비율은 10~12%로 러프하게 10으로 잡고 옷에 사용하는 돈의 10배가 소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월급이 3백만원이면 월 30만원을, 100만원이면 10만원을 옷에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경기가 안 좋을 때는 10보다 조금 작게 잡는 편이 좋을 것이다. 아직 통계화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소득 수준에 따라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으며 그런 브랜드를 통해 취향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2.2.4.1 의복에서 또하나 주의해야 할 것은 얼룩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첫 대목에 왓슨의 구두코에 묻은 진흙을 보고 홈즈가 추리해 냈듯이 의복에 비정상적인 표지, 다시 말해 얼룩이 존재할 경우 놓쳐서는 안된다. 일상적으로 연습할 수 있는 것은 소매가 닳은 형태를 관찰하여 왼손잡이인지 오른 손 잡이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아무래도 많이 사용하는 쪽의 팔 소매가 더 더러울 것이다. 

 

 

여기서 하나 더, 마찬가지로 셜록 홈즈가 이야기 했던 개는 조용했는데요?””그게 바로 문제지”. 아무 일이 없다는 것. 다시 말해 아무런 표지가 없다는 것도 때로는 표지가 된다. 다시 말해 소매가 더러워지거나 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깨끗하다. 일례로, 사무직이라고 밝힌 남자의 와이셔츠 소매가 너무나 깨끗하다면 이상하지 않을까.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엄청난 결벽증 환자로 매일 새로운 셔츠를 입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융합의눈 > 셜록홈즈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 추리의 구조  (0) 2020.03.07
3 배치를 보는 눈  (0) 2020.03.06
1 추리 기법 개발을 위한 개략  (0) 2020.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