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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인컴 만들기

나의 오피스텔 구매기 2008

오래된 일이다. 10년도 전, 직장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된 신입 사원. 내 또래의 사람들이 주식 투자를 시작할 때, 나는 오피스텔을 샀다. 이유는 명확했다.

 

 

1. 살 곳이 있었으면 했다

 

근사한 아파트는 아니어도 지하나 옥탑이 아닌, 이사갈 걱정이 없는 나의 집이 가지고 싶었다.투자가 실패해도 내가 들어가 살면 되니까, 하는 생각이었다.

 

2. 월세를 받고 싶었다

 

어떤 사람들은 월세란 불로소득이므로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주거공간을 소유하고 그것을 타인에게 대여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게 정말 '불로', 즉 일하지 않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집을 설계한 사람도 있고, 지은 사람도 있으며,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 자신의 노동 소득을 대가로 지불한 사람도 있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이라는 게 늘 오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내가 큰 돈을 주고 산 집값이 떨어져서 손해를 볼 '리스크'도 떠안는다. 그런 행위의 결과로 얻는 소득을 단지 '불로 소득'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3.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나는 투자한 돈을 날려도 되는 주식 같은 것은 하고 싶지 않았다. 돈을 처음 벌어본 사회 초년생들이라면 그 돈을 모으기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 것이다. 나는 돈을 날려도 집이 남는 쪽에 투자한 것이다. 여담을 하자면, 나는 부동산은 꽤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다. 오르건 오르지 않건 그 집은 남으니까. 예를 들어 주식을 그만큼 산다고 하면, 오를 경우엔 대박을 치겠지만, 떨어지면 가슴이 아프다. 복구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것이 없다. 주식이랑 가상의 권리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부동산은 현물을 소유한다. 설령 집값이 0이 되어도 내가 그곳에 살 수 있고, 혹은 다른 누군가가 살 수도 있고, 사무실 공간으로 쓰거나 어쨌든 활용이 가능핟. 안정 지향인 나에겐 안성맞춤 투자였다.

 

 

고르는 기준도 단순했다.

 

 

1. 예산 안에 들어올 것

 

나의 예산은 1억이었다. 내가 1억이 있었던 건 아니다. 담보대출 받고 신용대출 받고, 가진 돈 탈탈 털면 살 수 있을 정도였다. 당시 나는 옥탑방에서 살고 있었다. 나의 주거 환경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옮길 생각은 없었다. 오피스텔에 세를 주면, 대출 이자가 커버되는 정도였다. 월세가 60만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대출 이자도 합하면 딱 그정도였다. 즉, 추가로 들어가는 돈이 거의 없고, 들어오는 월급에서 원금을 조금씩 갚아나가면 대출이자가 줄어드므로, 결국 플러스가 되는 방향이었다. 

 

2. 살고 싶은 공간일 것

 

반지하, 옥탑 같은 곳에서 자취를 계속 해봐서인지, 나는 주거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 세입자가 사는 게 싫었다. 물론, 나중에 내가 살아야 할 것까지 생각하면, 주거 환경은 좋아야 했다. 그래서 비록 오피스텔이지만, 자그만 방도 하나 있고, 복층이어서 취침 공간을 분리할 수 있는 물건을 찾았다. 

 

3. 광화문에서 너무 멀지 않을 것

 

개인적으로 광화문을 워낙 좋아해서 왠만하면 너무 멀지 않았으면 했는데, 서울을 벗어났으니 멀어지긴 헀다. 그래서 직행 버스가 있어 3,40분이면 버스 타고 한 번에 오는 교통편이 있어 다행이었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나는 집주인이 되었고, 월세를 받기 시작했다. 자취방을 전전하는 일은 힘들고 고되었지만, 그래도 저기 어딘가에 내 명의의 집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런 힘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시간을 이기고 나면 좋은 날이 올 거라는 것, 그런 희망이 있으면 사람은 놀라운 정도로 강해진다. 

 

지금 당장의 상황보다도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전망이 어두울 때 사람은 정말로 좌절하는 것 같다. 

 

 

계획대로 돌아간 일도 있엇지만, 그렇지 않은 적도 있었다. 월세를 밀리다가 안 내어서 명도소송까지 간 적도 있다. 그 세입자분은 결국 밀린 월세도 안내고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버티다가 통지문을 받고서야 나갔다. 그 분 입장에서야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심정이었을지는 몰라도 나는 맘고생이 심했다. 세입자를 강제로 내보내야 한다는 것도 마음이 아팠고, 돈을 받을 수 없다는 점도 쓰라렸고, 나중에야 2,3달 월세가 밀리면 바로 내용증명 등을 보내어 조취를 취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젠 아예, 월세가 밀려도 괜찮을 정도로 보증금을 좀더 받고 월세를 내리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그 편이 마음이 편했다. 

 

 

10년 도 전에 산 그 오피스텔에서 살았던 경험은 없다. 어쨌든 직장이 서울이다 보니 그곳에서 출퇴근하기는 쉽지 않았고, 다행히 공실없이 꾸준히 세입자가 있어서 집이 비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들어가야 할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끔 주변에 어떻게 돈을 모으면 좋을까요, 하고 묻는 사람들에게 내 경험담을 이야기해준다. 

 

금방 돈을 모으려면 주식이 낫지 않을까요? 라고 묻는 사람도 있다. 그 길은 내가 제대로 가보지 않은 길이라 뭐라 말하기가 애매하다. 나도 작은 돈을 주식에 투자해서 이익을 본 일은 있지만, 큰 금액은 손이 떨리기도 하고, 주식이란 게 하다보면, 결국 번 만큼 잃게 되거나 그보다 더 잃게 되는 시장이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산수다.

 

 

누군가 높은 가격에 팔았다=누군가 높은 가격에 샀다

 

 

즉, 누군가의 이득이 누군가의 손해로 직결되는 구조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치있는 주식에 대한 장기투자는 찬성이지만, 단타나, 단지 투자 이득을 목적으로 주식에 뛰어들면, 정말 뛰어난 혜안과 지식으로 무장하지 않은 이상,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반면, 작은 부동산 정도는 여차하면 내가 살아도 되고, 세를 주어도 되고, 다른 공간으로 활용을 해도 되는 '비교적' 안전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어느 정도 빚을 지는 편이 돈을 모으는 동기도 부여해주기 때문에,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한다. 남들 눈에야 비트코인이나 한 방에 뙇 하는 게 폼 날지 모르지만, 결국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하루키는 어딘가의 글에서 이걸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져서 자신이 목표로 하는 바를 조용히 조금씩 꾸준히 해나가면 다다를 수 있다. 그리고 그건 정말 멋진 일이다. 그것은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대단한 지능이나 열정을 요하는 것도 아니다. 

 

 

이 블로그의 다른 곳에도 써놓은 나의 영어학원 방랑기는 그래서 조금 눈물이 난다. 오피스텔을 대출을 받아 사서 원금을 갚아나가는 것과 영어학원을 돌아다닌 것은 '다른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 둘은 결국 같은 진리를 대변하고 있었다. 가시적인 성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조금씩 계속 하는 것들은 어딘가에 쌓인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이 수면 위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가장 놀라게 되는 것은 바로 그 일을 해온 자기 자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