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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구경/육아 기록

아빠, 육아휴직 시작

남자로서 육아 휴직. 요새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지만 아직도 소수긴 하다. 회사에서 흔쾌히..승인을 해주는듯 했으나 알게 모르게 눈칫밥을 먹고 승인도 이런저런 사유로 지연, 금방이라도 승인날 것 처럼 하더니 몇 달이 지나서는, "정말 들어가겠냐"고 재차 의사 확인, 아니 그럼, 육아휴직 들어가는 게 장난이라고 생각하셨어요? 라는 말이 목구멍같이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음. 부서장과 인사부의 갖은 회유를 이겨내고 결국 육아휴직 승인을 받아냈다. 

 

 

 

나름 대기업이라는 곳이 이렇게 힘들어서야 사회 문화적으로 아직도 아빠의 육아휴직은 험난하구나 생각했다.

 

 

 

애초에 생각했던 1년을 받지 못하고 그보다 짧은 6개월, 이라지만 그래도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어린이집 개학은 통상 3월. 그래서 맞벌이 부부인 우리로서는 결국 어린이집을 보내야 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보내는 시기가 천차만별이다. 돌도 채 안된 애기부터 4살이 넘은 애기들까지. 집안 사정에 따라 다르다.  주변에 누군가 아이를 돌봐줄 친척이나 가족이 있다면 좀 나을까. 

 

 

 

어린이집을 처음 다니니 적응기간이라는 게 있다. 처음부터 하루 종일 있는 게 아니라, 조금씩 적응 시켜주는 것. OJT랄까. 지난주까지 아내가 하고 이번주부터 내가 한다. 1,2시간씩 있던 적응기간은 끝났고 이제는 낮잠을 자고 오느냐 그전에 오느냐가 관건.

 

 

 

아내의 첫출근날이라 간단히 아침을 차려주고, 아내가 나간 뒤에 아이가 깨어서 엄마를 찾았다. 말을 알아들을 지 몰라도 설명을 해주는 게 좋대서(인터넷에서 그러더라) 엄마는 회사에 노르부터 출근해, 이제부터는 아빠랑 있을 거야, 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덕인지 어쩐지 울음을 그쳤다.

 

 

 

아이를 안고 집안 산책을 하고, 방울 토마토를 달래서 주었더니 부서뜨리며 가지고 논다. 조금 논 다음엔 기저귀를 갈고, 어린이집 등원복으로 갈아입혔다. 9시반에 아침 간식이 나와서 그때까지 가려면 조금 빠듯했다. 칫솔을 가지고 치자치자 놀고 싶어해서 칫솔을 쥔 채로 옷을 입혔다. 기분이 좀 안정된 것 같다. 

 

 

 

나도 옷을 갈아입고 유모차를 펴서 아이를 태우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다른 엄마 하나가 아이를 데리고 내려가는 걸 봤다. 우리가 후발주자였지만, 유모차의 이점 덕에 앞질렀다. 엄마가 데리고 가던 아이는 마스크도 끼고 있었다. 얌전한가보다. 

 

 

 

어린이집 현관에 도착해서 아이반 초인종을 눌렀다. 유모차에 앉은 아이 표정이 어둡다. 뭔가를 직감한 듯 하다. 주말에 엄청 엄마를 찾으며 떼를 쓰더니, 기억이 떠오른 건가. 아이를 유모차에서 안아 들어올리고 가방을 손에 들었다. 선생님이 나오자, 아이가 울기 시작한다. 전엔 안 그랬는데.

 

 

 

선생님께 아이를 부탁하고 무슨 일 있으면 콜하시라고 바로 오겠다고 말씀드리고 돌아서는데 마음이 아프다. 울면서 나를 향해 손을 뻗던 아이의 표정이 자꾸 생각난다. 생이별이란 게 이런건가. 

 

 

 

 

아마도 나중에 기억은 못하겠지만, 마음의 상처로 남는 건 아닐까, 온라인 상의 다른 모든 부모가 하는 그 걱정을 나도 한다. 하원해서 집에 오면 전심전력으로 놀아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