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八日朝雨午晴。上戶長李應壽,兵房李蘭秀自郡來告曰賊已滿郡內矣。是夜送智士涵,大成,禹應緡,胤善,高彦英於倭陣。使之潛伏竊射。則畏㥘而還。
8월 8일 아침엔 비가 왔고 낮에는 맑았다. 상호장 이응수와 병방 이난수가 스스로 찾아와 적이 이미 군내에 가득하다고 보고했다. 밤에 지사함, 지대성, 우응민, 윤선, 고언영을 시켜 왜군의 진지에서 잠복하여 몰래 활을 쏘고 오라 하였으나 겁을 먹고 귀환했다.
初九日晴。朝潮波。伏兵軍執我國付倭者一人來。問之則曰持倭先文者也。卽令斬之。倭將豐臣吉成自穪江原監司。所經之邑。必出先文。山谷愚氓。靡然從之。可痛也。吾謂智士涵等曰君等皆衣君食君。寧顧其身。况今擧家一竇。死生將迫。盍相與一乃心力。僉曰敢不從命。吾曰孤軍據險。非不知大陣之難敵。而敢爲此者。只欲避賊保民而已。毋或恃險而輕敵。但可守我而應彼。愼勿妄動。智士涵曰惟我關東。素穪險阻。此賊謂我無人。恣行不忌。吾輩雖單。苟有應援。乘機竊擊。誠所不難。徒憤奈何。今得此窟。萬賊誰何。城主勿疑。民等尙在。吾曰君勿妄言。尙愼旃哉。夜又送智士涵,大成,禹胤善,崔嶪,智大明,官奴黑守等。使之潛射。亦大驚空還。
8월9일 맑았다. 아침에 파도가 심했다(?) 조파(潮波, 지명? 우리 복병이 왜인에 부역한 조선인 한 명을 잡았다. 심문하니, 왜인의 공문서를 지닌 자라, 바로 참수했다. 왜의 장수 모리 요리나리(毛利吉成)가 강원감사를 참칭하며 마을마다 공문을 보냈다. 산골의 우매한 사람들이 대세에 휩쓸려 이를 따랐으니, 통탄할 일이다. 내가 지사함 등에 말했다.
“그대들 모두 왕이 내린 옷을 입고 왕이 내린 밥을 먹었다. 어찌 일신의 안위만 생각하는가? 온 세상이 한 구덩이 안에 있으니, 앞으로 죽고 사는 일에 내몰리리라. 서로의 의지를 하나로 모아야 할 때이다.”
모두가 답했다. “어찌 감히 따르지 않겠습니까.”
내가 말했다.
“외로이 험지에 진을 쳤다. 상대하기 어려운 대군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이리 한 것이다. 이곳이 험지인 것만 믿고 적의 세력을 가볍게 생각한 것이 아니다. 다만 나를 지켜야 상대와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신중하고 경거망동하지 말아라.”
지사함이 말했다.
“이곳 관동은 원래 험지로 유명합니다. 저들이 우리를 없는 사람 셈치고 제 마음대로 움직이며 경계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우리들이 비록 외로우나, 분명 원군이 올 것입니다. 기다리면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이를 성실히 행함은 어렵지 않으나 모두의 울분을 어쩌겠습니까. 이제 이 굴을 얻어 만 명의 적이라도 두렵지 않으니, 성주께서는 의심치 마십시오. 저희들이 여기 있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대들은 망언을 삼가고 신중 또 신중하시게.”
밤에 다시 지사함, 지대성, 우윤선, 최업, 지대명과 관노 흑수 등을 적지로 보냈다. 숨어있다 활을 쏘고 오라고 했으나, 이번에도 벌벌 떨다 빈손으로 돌아왔다.
初十日晴。賊連四晝夜絡繹畢至。午弱水,井洞等處。亦皆來陣。閭閻稀少。故或多結幕以處。望見之。莫不震懼。夕未及藏舟去梯之際。忽有二倭。尋路直到窟下。良久 立。以手加額。左右顧望。一倭見林中所藏盤器。以石打破。因入水取舟。其意欲探窟路。智大成適醉酒。彎弓欲射。吾止之曰愼勿輕犯。待幾半上來後放石可也。大成強發片箭。誤中其衣。賊初不知人在窟上。發矢後始知之。大驚還走。須臾率其徒無慮三十餘。隔水林立。大聲齊呼。人皆失魂。智大成曾有畜鷹一坐。峙於窟壁上。賊望見而呼之曰願得鷹子。吾令割繫而放之。鷹自洋洋向雲霄矣。時日已黑。賊皆退去。然已置伏兵于山前山後。是夜夢以一鞋給族從啓沃。康女亦夢以索結其腰。曳入於倭將前云。吾曰兩夢皆不好。待天而已。窟中軍數雖小。皆是精勇。而昇平之餘。人不習戰。見賊先㥘。蒼黃畏縮。坐失機謀。舟旣見奪。梯未及去。勢將危矣。奈何乎天。越臺分守之軍。亦震㥘趍還外臺。觀其事勢。無復可恃。
8월 10일 맑았다. 왜적이 나흘 밤낮으로 모이더니 세력이 극에 달했다. 낮에는 약수(弱水)와 정동 등에까지 진을 쳤으나 민가가 희소하니 군막을 여럿 설치하여 상주했다. 이를 망연히 바라보았다. 벼락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저녁에 미처 배를 숨기고 사다리를 거두지 못한 틈에, 갑자기 왜적 둘이 나타났다. 길을 찾더니곧장 굴 아래에 도착하였다. 손을 이마 위에 얹고 좌우를 살피더니 한 녀석이 숲 속에 감추어 둔 반기(盤器)를 발견했다. 이를 돌로 때려 부수고는, 강으로 들어갔다. 배에 올라타 굴로 들어가는 길을 알아보려는 듯 했다. 이때 지대성이 멋대로 술에 취해 활 시위를 당겼다. 내가 말렸다.
“경솔히 굴지 말고 신중하여라. 적이 절반쯤 올라오거든 돌을 던지면 될 것이다.”
내 말을 듣지 않고 대성이 화살을 날렸으나 빗나가 옷자락에 맞았다.
적들이 처음엔 굴 위에 사람이 있는 것을 모르다가 화살을 보고 비로소 알게 되었다. 대경실색하여 도망갔다가, 얼마 후 무려 30여명을 이끌고 돌아왔다. 강 건너로 빽빽이 서 크게 고함을 지르니 사람들이 모두 혼이 빠졌다.
지대성이 키우는 매 한 마리가 있었는데 굴벽 위에 머물렀다. 왜적이 이를 멀리서 보고 외치기를, 매를 얻었으면 한단다. 내가 끈을 잘라 매를 풀어주라고 했다. 매가 너른 하늘로 훨훨 날아올랐다. 이미 날이 저문 때였다. 적이 모두 퇴거하였으나, 이미 산의 전면과 후면에 복병을 두었던 것이다.
그날 밤 꿈에 집안의 노비인 계옥이가 신발 한 짝을 내게 주었다. 강씨도 허리를 결박 당해 왜장 앞에 끌려가는 꿈을 꾸었다.
내가 말했다.
“두 꿈이 모두 좋지 않구나. 하늘의 뜻을 따를 뿐이다.”
굴 안의 군사의 수가 비록 적지만, 모두가 정예병(精勇)이다. 평화가 이어져 전투를 경험하지 못해 적을 만나면 겁부터 먹고 당황하여 움츠러든다. 눈뜬 채로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배는 눈 앞에서 빼앗기고 사다리는 미처 거두질 못했으니 위태롭다. 오 하늘이시여, 어찌하란 말입니까. 월대를 사수하던 군사들이 벼락을 맞은 듯 겁을 내며 외대로 쫓겨왔다. 일이 돌아가는 모양이 믿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