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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연문장전산고 - 탕약망

피콕20 2020. 3. 27. 12:17

탕약망은 요한 아담 샬 폰 벨의 중국이름이다. 로버트 할리의 한국 이름이 하일인 것과 마찬가지. 중국어로 탕 = 아담, 약망 = 요한이 발음이 비슷하단다. 사진 속의 탕 씨는 왠지 피로해보인다. 강시인줄. 


탕 씨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선조에게 명 나라로 가는 길을 비키라며 한반도로 군사를 이끌고 들어온 1592년에서 1년 못 미치는 1591년 독일 쾰른에서 태어났다. 종교 개혁을 주도한 마틴 루터가 죽은 게 1546년이니 이미 종교개혁의 열풍이 한차례 휩쓸고 난 다음 태어난 것. 쾰른은 쾰시라는 맥주로 유명한 동네라는 데 처음 들어봄.



탕 씨는 예수회 소속 선교사였는데 예수회는 라틴어로 Societas Iesu. 영어로는 Society of Jesus. 우리 말로 예수회라고 번역된다. 다른 수도회와 차별되는 예수회의 특징이라면 무엇보다도 "전도"에 있다. 요즘의 기독교가 하는 것 만큼이나(혹은 그보다더?) 전도에 열을 올렸던 것 같다.


당시의 카톨릭 치고는 상당히 유연한 편이어서 전도를 하러 가서 현지의 언어와 문화, 학문을 익혀 지식인을 중심으로 전파하는 전략을 펼쳤다. 저 마테오 리치도 예수회 선교사다.


"현지 패치화"에 능했던 셈이다. 요즘 출시되는 게임도 보면 한글화를 잘 해주는 쪽으로 게이머들의 마음이 쏠리기 마련.  


삼전도의 굴욕으로 유명한 삼궤구고두례(三跪九叩頭禮)의 주인공 인조. 하필이면 승정원 일기도 그때부터 남아있어 이 불쌍한 통치자의 굴욕적인 이야기를 낱낱이 우리는 알고 있다. 


청이 물러가면서 인조의 아들 그러니까 당시로는 권력 승계 1순위인 왕세자 소현 세자를 볼모로 데려가버린다.


이 소현세자는 볼모이긴 하지만 대접이 박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조선에 있었을 때 보다 더 신나게 놀았을지도..
아무튼 이때 탕 씨와 종종 만나 얘기도 하고 우정을 쌓았던 듯. 근데 우정이라고 해도 탕 씨에게는 전도라는 하나님의 사명이 있었으니 순수한 우정이라고 볼 순 없겠지.


혹설에는 그러니까 탕 씨가 쓴 <<주제군징(主制群徵)>>을 소현 세자가 나중에 조선으로 올 때 갖고 왔다고는 하는데 물증이 없다. 갖고 왔을 수는 있지만 얼마 안 있다가 소현세자가 죽어버려서..실제로 누구에게 전해졌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애초에 갖고 왔을 거란 것도 추측이니깐..


기록으로 남아있는건 1732년에 이의현이라는 사람이 베이징에 갔다가 선교사한테 받아서 들고 왔다는 게 최초다.


사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음.. 제목이 어렵구나..


여기서 는 우리가 주님! 할 때 그 주님.
는 다스린다는 뜻이고, 은 온갖 것, 은 에비던스, 증명이라는 뜻.


모아서 풀이하자면, "주님이 온 갖 것을 다스린다는 증명"이라는 뜻으로 대놓고 전도를 목적으로 한 책인데, 당시의 서양의 의학을 비롯한 정보들이 담겨 있어서 관심이 있던 조선의 선비들도 보곤 했었나 보다. 담헌 홍대용, 성호 이익도 이 책을 봤다는 기록이 있다.



사람의 몸에 대한 형태적 관심이 이 글의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글을 읽다보면 딱 이 그림이 떠오른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이규경이 인용하고 있는 인체 비율이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16세기 서양의학의 지식이니 암 요즘 보면 잘못된 내용도 있을 것이다.






[원문] 오주연문장전산고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정태현 (공역) ┃ 1982
[윤문] 알프

 

인체(人體)의 내외(內外) 총상(總象)에 대한 변증설(고전간행회본 권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