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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앤영어번역학원 2015

피콕20 2020. 3. 9. 16:26

기간 4,5개월 남짓

      2014년 12월-2015년3월 통번역 수업

비용 600,000원

시간대 점심 및 퇴근 후

 

 

이 학원을 다년 본 사람이 또 있을까. 아직까지 주변에서는 한 명도 못 만났다. 학원 이름에서 보듯이 일반적인 회화 수업보다는 통역, 번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럼 나는 통역사가 되고 싶었던 것이냐? 그런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전공을 외국어(일본어)를 하다보니 번역은 대학 때도 좀 했었고, 회사일이 갑갑하여 나중에 번역 자격증 같은 거 있으면 그쪽으로 경력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좀 했더랬다. 

 

그리고, 영어를 그래도 3,4년 이상 학원도 다니고 개인적으로도 좀 하고 했는데 도무지 느는 기분이 안들어서 영어 공부의 끝판왕이라는 통번역이 어떤 건지 맛을 좀 보고 싶었다. 일단 해보는 데까지는 해볼까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위치는 종각역 근처라 이 근처 직장인들에게는 거리상으로 나쁘지 않다. 근데 건물 꼭대기에 두 개층인가 한 개층인가를 쓰는데, 약간 가건물, 오피스 깥은 느낌도 살짝 든다. 뭐 그런 설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안 가는게 나을듯. 

 

 

장점은 이렇다.

 

1. 통번역을 체험해볼 수 있다 (관심은 있는데, 통번역 수업은 아무나 듣는게 아니라더라, 라고 두려움에 떠는 분들에게는 한 번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2.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다(원래 통번역 수업이 좀 비싼 걸로 아는데, 그에 비해 일반 회화 수업 정도 가격이었다)

3. 학생들이 적극적이다 (이건 아주 좋았던 점인데, 각자 사연이 있겠지만, 통번역 수업을 들어보겠다, 고 마음 먹고 오는 사람들은 어쨌든 영어에 보통 사람들보다 관심도 많고 진지한 경우가 많아서 수업이 굉장히 intensive하게 진행되어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점심에 하는 한영번역 수업과 저녁에 이루어지는 한영영한 통번역수업을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초보단ㄱ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신선했고, 도움도 꽤 되었다. 통상 영어->한국어로 해석하는 습관이 길들여져 있어서, 이를 거꾸로 한국어->영어로 바꾸어 나가는 작업은 굉장히 괴롭기는 했지만 큰 터닝 포인트로 작용했던 것 같다. 

 

 

당시 점심에 수업을 하던 외국인 선생님이 정말 열정적이었는데, 한국어로 된 문장들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어떤 번역이 왜 좋고 나쁜지를 크리틱해주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런 사실이 밝혀졌다, 라고 하면 accroding to a study about something 이런 식으로 시작하기 쉬운데, 영어에서는 A study shows that 이라는 식으로 시작한다는 식으로 알려준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주어와 목적어가 무엇인지 먼저 찾는 요령 같은 것도 도움이 되었다. 

 

 

'아수라장'같은 단어를 놓고 어떻게 번역할 것이냐로 한참 학생들과 선생님들 사이에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는데, 그런 열정적인 분위기가 좋았다. (결론은 기억이 안난다. 지금 나보고 하라고 한다면 mayhem 같은 단어가 떠오르는데..) 

 

다들 무슨 걸어다니는 어휘사전 같은 분들이어서 나는 쩌리 처럼 있으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 심정으로 다녔다. 

 

 

저녁 수업에서는 주로 TED 강연을 보고 토론하거나 신문기사를 한국어에서 영어로 번역하는 숙제로 진도를 나갔다. TEC 강연을 처음에는 듣고 이해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 와중에 토론을 하고, 놓친 부분은 무엇인지 찾아내야했고, 내가 정말 영어를 못하는구나 절감했던 때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자극이 많이 되었던 시기였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도 꽤 있었는데, 다들 어휘량도 대단하고 열정도 대단했다. 나는 저분들보다 훨씬 어린데 뭘 하고 있었지 하는 약간의 자괴감과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생겼었다. 궁즉변, 변즉통(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이라는 말처럼, 일반적인 수업대신 통번역 수업을 들어본것이 나에겐 정말 큰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 

 

혹 영어의 늪에 빠져,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 봐도 좋은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단점이라면

 

1. 회화가 안는다 (이건 통역 수업도 마찬가진데, 내 생각을 말한다기 보다도 이미 있는 텍스트를 영어로 치환하는 기계적인 작업을 연습하는 것이다 보니 정작, 내 생각, 감정을 말하는 연습이 부족하다. 어휘량은 많은 데 막상 자기 경험 얘기할 때는 버벅거리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2. 생각이 많아진다 ( 대충 비슷한 유사한 뉘앙스를 가진 어휘로 말을 해버리는 대신, 아수라장에 맞는 번역어가 무엇인지를 한 시간씩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발견했을 때는 희열도 있겠지만, 전문 번역가가 아닌 다음에야..)

3.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이건 단점이자 장점인데,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세상에 정말 많으며 그중엔 나이 드신 분들도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국 사람들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이가 들어도 열정은 늙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 뒤로, 종종 영어가 잘 안는다고 고민하는 분들에게 통번역 수업을 권하기도 했는데, 이건 적성 문제도 있는 것인지, 별 도움이 안된다는 분도 계셨다. 한번쯤 시도해볼만은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