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북으로 영어 공부하는 법1
미드로 영어 공부하기, 같은 책은 많다. 미드에 나오는 영화 대사를 중심으로 주요 표현을 학습하고 이를 암기하고 활용하는 방식이다. 나도 해봤다. 근데 이 방식은 메인으로 쓸만한 방법은 아니라는 게 내 결론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대사 중심의 암기 방식은 우리 뇌가 세계를 인지하는 주요 방식 즉 스토리 텔링과 잘 안맞기 때문이다.
간단한 여행회화 정도라면 저런 방식의 학습이 투입되는 시간/노력 대비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언어의 주된 역할이 인간 개체의 자아 정체성 형성이라는 점을 망각한 탓에 저지르는 오류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story)를 만들어간다. 경험은 단지 wow, that's awesome! 같은 단편적인 감탄사의 조합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질문-대답 형식을 띄지도 않는다. who am I? I am Peacock. How long have you lived here? decades? I don't remember. 같은 대화는 거꾸로 이야기의 일부를 채굴하는 방식에서 발생하는 하위 작업이라고 간주해야 한다.
나라는 인간의 성장 스토리 -> 특정한 부분에 대한 질문 -> 스토리에서 일부의 정보를 상대에게 제공함
다시 말해 스토리라는 토대가 없으면 특정한 상황에서만 보편성을 갖는, 얼마니, 얼마에요, 같은 식의 문답을 아무리 많이 외운다 한들 소용이 없다. 그리고 내 생각에 이것이 패턴 영어나 미드 영어의 한계다.
우리가 아주 어린 나이때부터 동화와 같은 이야기 형식에 강한 흥미를 보이는 것은 우리가 그렇게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인과, 선후, 가치의 우열, 행동의 선택 같은 복잡한 개념들을 습득한다. 즉, 먼저 할 줄 아는 인간이 되고, 그 다음에 이해한다. 행동이 먼저고 이해는 그 다음에 온다.
오디오북으로 하는 영어 공부가 차별화되는 지점은 여기다. 오디오북은 특히 소설과 같은 이야기 형식의 것을 그 대상으로 선택해야 한다. 수준은 너무 어려워도 너무 쉬어도 안된다. 페이퍼백에는 청소년 대상의 소설도 많지만, 흥미가 없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반지의 제왕이나 왕좌의 게임 같은 소설은 너무 표현이 예스럽거나 기괴해서 그런 걸로 공부 안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데, 일부 수긍이 가는 지적이지만, 나는 미드 영어 같은 것 보다 이쪽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선 그런 장르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흥미도가 높기 때문이다. 관심이 많아서 모르는 개념이나 단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응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미 영화나 드라마화되었기 때문에 소설 속 상황을 이미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이는 양날의 검이라서, 나는 소설을 먼저 충분히 읽고 그 다음에 영화를 볼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영화를 보고 나면 소설 속에서 상상했던 부분(Imagination)과 실제로 구현된 영상(reality) 간의 차이(Gap)을 좀더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다. 이 갭을 인지하는 능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왜냐면 우리가 언어를 구사한다는 뜻은 언어를 상상한다는 것과 마찬가지 행위이기 때문이다.
외국어 학습의 가장 큰 방해물은 사실 모국어다. 모국어의 구조가 끊임없이 간섭을 하게 되는데, 특히 한국인 학습자에게는 이 현상이 심하다. 나는 이것을 모어 간섭 母語干涉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걔는 눈이 참 아름다워. 라는 말을 하고 싶으면, her eyes are so beautiful 이라고 말해도 된다. 하지만, 보다 commonly uesd expression would be, She has beautiful eyes. 그녀는 예쁜 눈을 가지고 있다, 가 된다. 이것은 어떤 대상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have)으로 표현하는 영어에 비해, 한국어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습관이다. 이와 유사한 모어 간섭의 사례가 무수히 많다. 영어-한국어는 대극적 관념을 구성하는 언어기 때문이다.
영어는 사물을 분리된 하나의 개체(one)로 간주하고 이 개체들간의 관계(relationship)를 기술하는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무엇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고 하는 식으로 사물을 분해해나가면 이 끝에 환원주의와 원자 중심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어가 너 굉장히 곤란해 질거야, 라고 동일한 개체의 상태병화라는 방식으로 상황을 기술하는 것에 비해, 영어는, you're gonnab be in trouble. 라고 하여, 너(you)라는 개체가 곤란함이라는 공간(in trouble)에 존재하는(be)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gonna)한다는 식으로 기술하는 것이다.
오디오북으로 소설을 통해 영어를 학습하게 되면 소설 속 화자의 시점에서 세살을 기술하는 방식에 노출되게 되는데, 이 부분이 모어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영어가 세계를 해석하고 직조하는 방식을 "직접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오디오북 선택시,
1. 흥미로울 것
2. 소설일 것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킨다면 어떤 종류건 상관이 사실 없다.
내가 처음으로 완독을 했던 소설이 제프리 아처(Jeffrey Archer)라는 영국 작가의 Only Time Will Tell이라는 소설이다. 클리프톤(Clifton)이라는 가문의 일대기 같은 건데, 이 책은 그 시리즈의 1탄이었다. 영국에 여행 갔을때, 동네 서점에서 half price로 판매중이어서 샀었다. 한국에서는 이 작가의 번역서가 나오던 시기가 한참 예전(아마 8,90년대쯤?)이었던 탓에, 요즘엔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해외에서는 아직도 최고의 스토리텔링작가로 유명하다. 영국에서 국회의원도 했었나 그랬다가 무슨 비리 혐의 같은 것 때문에 그만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이 책을 처음 읽은 게 십년도 점의 일이니까 영어를 지금보다 훨씬 못했을 때인데도 너무 재밌었던 탓에, 모르는 단어는 건너 뛰어 가며 결국 여행 가 있는 동안 완독을 했다. 그러니까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오디오북으로 내가 사용하는 사이트는 오더블(Audible.com)이다. https://www.audible.com/?ref=a_ep_freetr_t1_nav_header_logo&pf_rd_p=b7bb704b-0f5b-47cc-9c40-7b76fbc4daad&pf_rd_r=WV2M3R1M61Z68BWCCD2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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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audible.com
처음 가입을 하면 30일 무료 체험 기간을 줘서 오디오북을 공짜로 하나 받아서 연습해보고 바로 해지해도 된다(한번 다운로드 받아놓으면 해지해도 다운로드 받은 오디오북은 그대로 내 휴대기기에 살아있다). 오디오북은 통상 5,6시간 길이여서 출퇴근 시간에만 집중해서 들어도 일이주면 한 권 정도는 들을 수 있다. 그리고나서는 책을 공부하고(블록 잉글리시 방식으로) 그 다음에 다시 오디오북을 듣는다. 이를 반복한다.
1. 오디오북 듣기(1-2주 소요)
2. 책 읽기(원하는 만큼, 블록 잉글리시로 정리)
3. 다시 오디오북 듣기(쉐도잉하면서)
4. 반복
얼핏 예전에 영절하(영어공부절대로 하지마라) 방식이 떠오르지 않는가. 나도 좀 놀랐다. 중학생 때 영절하에 빠져서 열심히 하다가 안되어서 때려 쳤었는데, 그 후 오만 가지 영어 공부법을 시도하다가 스스로 만들어낸 방식이 영절하랑 흡사하다니.
그런데 큰 차이가 하나 있다. 즉 영영사전 찾아보기가 없다. 대신 블록 잉글리시라는 내가 개발한 쉐도잉의 보완 학습법이 등장한다.
블록 잉글리시는 블로그에 계속 업데이트를 하겠지만, 오디오북 학습법에 큰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흔히 영어 공부를 한다, 고 하면 단어 중심으로 한다. 혹은 조금 나아가면 숙어를 외운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문장 구성능력(말하기 쓰기 둘 다)에 큰 발전을 못느낄 때가 많다. 그것은
1. 블록을 잘못 만들었거나
2. 블록의 활용법을 숙지 못했거나
이다.
블록이란 건 예를 들면 이런 거다.
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
너를 안죽이는 건 널 강하게 만든다.
이 문장은 밑줄과 밑줄안친 두 개의 블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블록은 살아 움직인다. 2번째 블록인 makes you strong을 보면, what makes me the most nervous is an apple. 라는 식으로strong을 the most nervous로 그리고 문장의 술어였던 위치를 what을 붙여 앞으로 빼내었다. 이것은 같은 블록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한 것이다. 영어 화자의 머릿 속에는 이런 표현들이 블록처럼 살짝 바꿔서 이쪽 저쪽에 위치를 옮겨 붙여 가며 말을 한다. 한국인에게 (이것만은 아니지만) 가장 결여된 능력이다.
소설의 문장을 오디오북으로 한번 듣고 나서 블록 잉글리시 방식으로 공부할 때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 이런 부분이다. 이점을 놓쳐서 희귀하게 사용되는 단어를 달달 외운다거나 하면 안된다. 그런 건 그저 아 저런 단어도 있네 하고 지나가면 그만이다. 그보다는 블록이 아 이런 식으로 활요오디었네, 어떻게 저렇게 활용된 건지 하고 의문을 품고 그 부분을 집중해서 들여다 보아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