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다닌 영어학원들 개략
영어학원을 다니면 회사에서 수강료를 보조해준다. 같이 다니던 다른 회사분에게 물어보니 거기는 전액 보조해준다고 한다. 한도는 얼마라고 얘기했는데 까먹었다. 우리보다는 많았던 것 같다. 우리 회사는 연간 60만원까지 그리고 수강료의 절반을 보조해준다. 수강료가 120만원이면 60만원, 150만원이어도 60만원이다. 100만원만 쓰면 50만원. 실제로 학원을 다녔다는 출석증명서도 제출해야되고 해서, 속여서 복지혜택을 받기는 어렵다. 정말 학원을 열심히 다니려는 사람에게는 살짝 부족한 금액이고 학원다닐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있으나 마나한 복지제도다.
회사의 수강료 보조혜택을 길게 설명한 이유는 덕분에 내가 언제 어느 학원을 다녔는지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수강료 보조를 받은 기록만 보아도 한곳에 안주하지 못하는 나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 같아 좀 창피하지만 공개해본다.
2008년 5월 GMAT 720,000원 20대
이건 뭐 영어학원이라기는 좀 그런데, 당시에 MBA로 커리어를 바꿔보겠다는 무모한 생각을 해서 알아보니 MBA를 갈려면 GMAT을 보아야 한다, 해서 한 달 깔짝 다녔었다. 근데 시험이랑 교재 자체가 영언가 그래서 힘들었다. 학원비도 비쌌고 교재도 샀었는데, 여기 저기 이사하다가 다 버린 모양이다.
2008년 12월-2월 영국문화원 회화반 465,000원 20대
이때부터가 진정한 영어 학원 낭인 시절이다. 당시에 영국문화원이 흥국생명빌딩에 있었다. 지금은 을지로역쪽으로 이사를 간걸로 안다. 사실 나중에 거기에도 인터뷰 보러 가긴했지만.. 아무튼 흥국생명 시절 회사도 가깝고, 또 영국영어가 영어의 본고장이라는 생각도 있어서 멋있어 보이는 게 있었다. 선생님들도 아이칸~(Ican't) 막 그러니까.
2012년 1-3월 영국문화원 555,000원 30대
갑자기 4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뭘했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방황했나.
2012년 11-12월 고려대국제어학원 190,000원 30대
토요일 수업이었다. 신기하게 수업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13년 11-12월, 2014년 1-2월 영국문화원 PILSB-E 400,000원 30대
내사랑 영국문화원으로 컴백.
2014년 8-9월 영국문화원 CE ElemB-A 288,100원
이 수업은 기억난다. 아침 7시반인가 하는 거였는데, 아예 기초부터 다시 공부해보겠다고 가장 기초반 수업을 들었다. A cat has nine lives(고양이는 목숨이 아홉개다=호기심이 많다 뭐 그런 뜻) 를 배운 기억이 난다.
2014년 9-10월 파고다 어학원 Business English 132,300원,
처음으로 영국문화원을 버리고 파고다로 이적. 회사 영어 표현 관련해서 좀 배웠다. get back to you (너한테 연락할게)같은 표현. will contact you보다 원어민스럽고 있어보이는 표현이라고..
같은 기간, PBA2 160,000원
열정이 뿜뿜해서 아침에는 원어민 회화수업도 들었다. Dayna라고 엄청큰 뿔테 안경쓴 호주 사람인가 그랬다. 나중에 남자친구랑 호주간다고 그만뒀다.
2014년 12월 파고다 어학원 SLE Build 58,000원, 일본어회화상급 103,800원
뭔데 이렇게 쌌지?
일본어는 대학 때 전공했는데 까먹을까봐. 졸업한지 거진 10년만에 수업을 들어봤다. 학생이 두 명이었는데, 그 중 한명은 일본에서 살다온 사람이어서 지나치게 잘했다. 수업을 왜 듣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2014년 12월-2015년3월 이앤영어번역학원 600,000원
이것저것 해도 안되어서 통번역학원 수업을 들어보기로 했다. 점심시간, 저녁시간 활용해서 들었는데, 나름 재밌었다. 물론 내가 통번역사가 되기는 불가능하겠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은 때이기도 하다.
2015년 3-5월 영국문화원 SK IEInter 603,000원
빠져나올 수 없는 영국문화원의 블랙홀. 잠시 또 기웃거렸다. IELTS 관련 수업이었는데, 외국인 친구들도 좀 있었다. 거의 드러눕다시피 앉아서 수업하던 그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2016년 3월 코리아헤럴드 어학원 News Master 64,200원
청취수업이었나 그랫다. 본격적인 코리아 헤럴드 어학원 시대의 시작이었다.
2016년 6월 CIA 온라인 종합반 온라인 1,310,000원
이 해의 보조한도는 이걸로 끝나버렸다. CIA는 내부감사산데 그거 따서 경력을 좀 바꿔볼까 하다가 책값이랑 수강료만 버렸다. 자기자신을 알지 못한 죄.
2017년 9-10월 코리아헤럴드어학원 토요영어통대 시작 160,000원
주말반 수업이었다. 본격적인 통번역 입문반 수업 시작.
2017년11월- 2018년 4월 코리아헤럴드어학원 토요영어통대 시작 960,000원
수업이 재밌어서 6개월치를 한번에 끊었다. 패착이었다.
2018년 2월 리얼클래스 온라인 560,000원
타일러에게 현혹되어 결제. 위베어베어스는 재밌었다.
2019년 2월-12월 코리아헤럴드어학원 드라마틱뉴스 1,230,550원
인생 수업과의 만남. 나의 영어 학원 떠돌이 인생은 드라마틱 뉴스 전과 후로 나뉜다.
만 11년간의 영어학원 떠돌이.
총 비용 8,559,950원
(엄밀하게 따지면 CIA도 있고 하지만, 보조 받은 기록이 없어서 쓰지 못한 것들도 있으니 퉁치자)
이젠 경차 가격이 올라서 차 한대 값이다, 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꽤 쓴거 같다. 영어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객관적인 지표는 제시하기 힘들것 같다. 입사할때 토익이 대충 850점이었나 그랬는데, 그 뒤로 (그러고 보니 텝스를 그 뒤로도 보긴했다) 토익을 다시 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사무실 영어나 회화는 쪼금 는 것 같다. 아무리 그래고 8백만원을 넘게 들였는데 늘긴 했겠지.
지금 이글을 쓰는 와중에 저기 기록은 없지만 다녔던 학원들 이름이 떠오른다. 업데이트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는 각 학원들의 장단점이랄까 수강생으로서 느낀 점들을 짧게 짧게 정리해볼 생각이다.